Wednesday, 30 May 2007

바둑 두는 여자

바둑 두는 여자 원제 La Joueuse de Go (2001) 샨 사 (지은이), 이상해 (옮긴이), 현대문학어서 자야하는데, 몸이 열렬히 깨어있는 바람에 뒤척이다가 얼마 전에 만난 소녀를 떠올린다.'바둑 두는 여자'를 생각하면 나는 언제나 첸훵광장에 서 있는 기분이다. 광장 한가운데에서 두리번거리며 바둑을 두는 여학생과 중국인으로 분장한 일본장교를 찾고있는 기분이다. 요즘에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앞 자리에 세워두고 싶은 이 소설을 난 참 뒤늦게 만났다. 그것도 주말 도서관 서고에서 5시 대출마감 시간에 쫓겨 눈으로 책등을 훑다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제목이라는 느낌만으로 빌려왔을 뿐이다. 그런데 파리에서 산다는 이 72년생 중국 여성이 만들어낸 세계가 범상치 않다. 스스로 자신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그녀처럼 당돌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린 시절의 석양'처럼 불안하고, 여름날 열린 창을 통해 남의 사랑을 엿본 것처럼 뜨겁고, 숨이 막힌다. 문장은 한 줄 한 줄이 모두 아름답고, 너무 아름다워서 단 한 줄도 따로 고르지를 못하겠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서 나는 결국 책을 주문했다. 이미 그들 운명의 끝을 알아도, 나는 처음부터 다시 설레며 읽을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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